[블랑카 로메로] 사막의 외로운 밤을 지나 새벽으로
"큰일 났네…"
당신이 어이없이 웃으며 중얼거리는 것을 들으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틀렸다는 답이 나올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마음을 알면 누군가는 좀 틀리면 어때서, 라는 식으로 대답하겠지만 그는 틀려서, 실수해서 '잃게' 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막을 수 있던 상실을 막지 못해서 온전히 상처받아야 하는 것은 자신이었다.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것조차 욕심이라면 블랑카에게 삶은 욕심의 대상일 것이다. 블랑카는 이보다 더 무너져 내리고 싶지 않았고, 무너진 자신을 언젠가 감당할 힘도 없었다. 파도는 피아 구분 없이 모든 것을 파괴할 줄만 알았다. 어떤 고생과 노력을 들여 쌓아 올렸던, 혹은 우연히 쌓인 것이든 가리지 않고 무너트리는 것이 일이었다. 그래, 알고 있다. 파도란 원래 그런 것임을. 하지만 알고 있다고 상처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블랑카는 여전히 조금 서글프고, 조금은 다정한 얼굴로 당신의 옆모습을 응시한다. 혹은 당신의 침묵, 그것이 아니라면 그림자… 그 엇비슷한 것이겠지. 무엇을 응시하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조각들이지 않나.
그는 자신이 추측한 것이 거의 정답에 근접했음을 알림과 동시에, 그러니 떠나려면 빨리 떠나라는 그 말에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조금 울고 싶어졌다. 제 추측이 맞았다면 당신이 어째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블랑카가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자신에게 세우기 시작한 날카로운 단면을 콜린은 바깥으로 내보인 것이 그들의 차이였다. 그렇게나 달랐고, 고작 그만큼 다를 뿐이었다.
"…그 말로, 저는 확인 받은 거나 다름없어요."
울음으로 까슬해진 목소리로 나직이 입을 열면 침묵과 침묵 사이 모닥불 만이 작게 타오른다. 블랑카가 소리 내 말하는 문장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가끔은 하나둘 이가 빠져 볼품없지만.
"그때, 저도 그랬잖아요.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되도록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고요…"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벅찬 마음을 애써 눌러보며, 그것이 언젠가는 점점 커져 터져 버리지 않도록 그저 바라고 또 바라면서 대답한다.
"…대답을 다시, 다시 들려드릴게요."
"상처받지 않을 리가 없어요. 그렇지만, 상처받아도 가지 않을게요. 왜냐하면, 콜린 씨도… 제게 실수해도 된다고, 말해주셨잖아요. 그러니, 콜린 씨도."
블랑카가 정말이지 듣고 싶었던 말이 있다.
혹은, 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
"실수… 실수해도 괜찮아요. 상처받아도, 떠나지 않을게요."
"말했잖아요… 정들었다고."
블랑카는 오랫동안 외로웠으므로 차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 이미 당신으로부터 자신을 보고 있는 데다가, 세상에 자신처럼 외로운 사람이 있는 것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여기, 있게 해주실래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블랑카의 시선 너머로는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이 보인다. 밤을 지나면 새벽이 온다. 어떤 밤도 영원하지 않음을 알리기 위해 다시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