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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itcrab's Blank Pages
눈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고백의 상관관계
그날은 겨울에도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들어온 참이었다. 겨울에도 잘 자라는 작물이라는 두루뭉술한 요청을 구체화 하기 위해 영지 내를 돌아다니며 습도며 기온을 조사하느라 손발이 꽁꽁 얼었음은 물론, 설상가상으로 따뜻한 집안에 들어오자 잠까지 쏟아졌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으니 잠들 수 없다며 눈을 비비적거리던 세실리아는 그만 엉뚱한 책을 뽑아 한참이나 읽고 있던 것이다. '현명하고 효율적인 농사를 위한 지침서'와 '실용 생태/식물학'을 꺼낸다는 것이 '직접적이고 정확한 논거에 의한 문화적 이해'를 꺼내버리고 만 것이었다. 어떻게 그걸 헷갈리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어물어물 감기는 눈으로 책을 뽑으면 비슷한 위치에 있는 긴 제목의 책쯤은 헷갈리는 것도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1차/보편적인 크리스마스의 법칙 (2019년 크리스마스 단편집)
2020. 8. 30.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