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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itcrab's Blank Pages

…사실 나는 아무나 괜찮았던 걸지도 몰라. 별자리 이름을 알려주고, 처음에는 퉁명스럽고 짓궂게 굴다가도 결국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면 됐던 거야. 크림 브륄레의 단단한 설탕 층을 스푼으로 톡, 톡, 두드려 깬다. 얇은 얼음이 부서지는 것과 같이 부드러운 크림이 드러나자 갈색으로 녹은 설탕 조각과 함께 크림을 스푼에 얹어 맛보면 부드러운 단맛에 웃음이 절로 나오곤 했다. 부드러운 에클레어와 바삭하고 쫀득한 식감의 마카롱, 꿈결처럼 부서지는 밀푀유와 슈가 파우더, 사과 파이의 달콤함. 채루나가 사랑해 마지않는 것들. 그러나 그녀는 무르고 달콤한 것들이 영원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한여름 과일이 썩어 뭉그러지는 것과 닮았다. 너무 많이 익어버린 과일이 가지에서 땅으로 추..
1차/etc.
2020. 9. 9.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