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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itcrab's Blank Pages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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ㅃ님 커미션20250609 한차례 전쟁이 끝난 거리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물기 어린 시멘트 바닥에는 채 씻기지 않은 핏자국이 번져 있었고, 그 탓에 거리는 더욱 지저분해 보였다. 하수구에서는 오래 묵은 쇳새가 났고, 먼 안개 사이로 어렴풋이 매연이 피어올랐다. 지독한 곳이었다.다이무스는 그 거리를 바라보며 검집에 튄 어두운색의 점액을 닦아내며 평정을 되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낀 다이무스는 말 없이 검을 빼 들 준비를 했다. "그 냄새, 아직 남아있군." 조용하고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그림자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상대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태연한 얼굴이었다. 어둠 밖으로 푸른빛으로 변색된 손등이 드러났으나 그것이 어떤 이질감도 가져오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때 카..
깊은 새벽, 혹은 이른 아침. 한낮의 소란함은 걷히고 어색한 고요가 들어찬 곳에서 로렌은 계단 참에 앉아서 해가 들지 않을 곳을 오랫동안 응시했다. 그는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이 남았는지, 혹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살 수 있을지 따위를 생각했다. 정답이 없을 것이 분명한 물음 사이에서 얕은 잠을 쫓다 보면 오래 지나지 않아 곧 다시 소란이 차오를 테지. 로렌은, 덜 자란 장張은 그 속에 파묻히는 것이 좋았다.
사장은 문 밖에서 애원했고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기 위해 다가가자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고 낡고 더러운 유리문 바깥에는 검붉은 얼룩이 번졌다. 그렇게 끔찍한 것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라 현실감이 없었다. 아직도 그것이 꿈은 아닌지 고민할 때가 있다. 열쇠는 그에게 있었고 사장은 급하게 쫓기는 통에 잃어버린듯 했다. 나는 그냥 문을 걸어 잠구고 먼지 쌓인 블라인드를 내린다. 죽었을까 죽었겠지 한참이나 문을 열지 못하고 뒷문으로 도망쳤다. 두려웠다. 부득이했던 상황이지만 그렇지만 어쩌면 내가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누군가를 지키려다 죽어버린 사람을 보면 안도할 수 있었다. 그것 봐 모두가 영웅이 될 수는 없어...세상이 거대한 영화라면 그 영화의 주인공은 내가 아닐 거야.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고,..
*미안해요 샤를로테가 사람을 희롱합니다... 샤를로테는 직장 동료와 엉킨 채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반추하는 중이었다. 최초 발생 시간은 유추하기 어렵지만 마지막으로 시계를 확인했을 때는 9시 20분으로, 엑시움의 자랑스러운 히어로로서 동료와 함께 출동 하던 중이었다. 야간 당직이야 평소와 같은 일이었고, 가끔 들어오는 신고도 일상과 같았으니, 그는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못한 채로 신고 장소로 급히 향했다. 근거도 없이 추측건대 아마 신고부터가 거대한 음모의 일부였던 게 아닐까? 이럴 줄 알았다면 혼자 출동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아니지, 그럼 구조가 더 늦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이라고 특별히 구조가 빠를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뭐,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샤를로테와 그..
20200309 담홍은 종종 파괴적인 욕구에 시달렸다. 기실 '시달린다'라는 표현을 쓸 만큼 그를 귀찮게 만드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달린다'고 말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파괴하고 싶다는 욕망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 아닌 타인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심도 없는 이를 향할 리는 없으니 대상은 당연히 한정되어 있었는데, 첫 번째는 가장 친밀한 이요, 두번째는 사랑이라 이름 붙인 이였다. 쉽게 말하자면, ■ ■ 라는 의미와 같았다. 종잡을 수 없는 변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그가 가장 잘하는 일로, 이제는 무언가 한다고 말할 필요도 없이 습관과 같았다. 그러니까 변덕스러운 욕망에 몸을 맡기는 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일로, 그렇게 하고 싶다면 어떻게든 해내면 끝.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