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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샤] 공무원이지만 SSS급 방어력입니다. 본문

1차/현대 한국 배경

[제샤] 공무원이지만 SSS급 방어력입니다.

루카 Luka 2024. 11. 24. 00:06

*미안해요 샤를로테가 사람을 희롱합니다...

 

 

 

샤를로테는 직장 동료와 엉킨 채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반추하는 중이었다. 최초 발생 시간은 유추하기 어렵지만 마지막으로 시계를 확인했을 때는 9시 20분으로, 엑시움의 자랑스러운 히어로로서 동료와 함께 출동 하던 중이었다. 야간 당직이야 평소와 같은 일이었고, 가끔 들어오는 신고도 일상과 같았으니, 그는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못한 채로 신고 장소로 급히 향했다. 근거도 없이 추측건대 아마 신고부터가 거대한 음모의 일부였던 게 아닐까? 이럴 줄 알았다면 혼자 출동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아니지, 그럼 구조가 더 늦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이라고 특별히 구조가 빠를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뭐,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샤를로테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일이기도 했으므로 그는 생각을 관두었다. 아마 저보다는 '동료'가 더 곤란하지 않을까. 샤를로테는 자주 보던 표정-밀려오는 두통을 참아내는-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 J가, 샤를로테와 갇히다니. 음모를 꾸민 누군가가 이 둘을 가두려 생각하지는 않았을 텐데… 샤를로테가 지금 누구를 동정할 처지던가. 같이 갇힌 마당에 분수에 넘치는 생각을 하던 그는 공간의 크기를 가늠하려 팔을 좌우로 벌려보다가 그만 상대 위로 엎어질 뻔했다.

엄청 좁네요. 폐소 공포증 있어요, 혹시?
아뇨.
능력으로 안 될까요?
감전되어서 죽어도 좋다면 시도는 해보겠습니다.

J는 말이 되냐는 듯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제정신이면 그러자고 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 투였다. 특유의 권태감 묻은 퉁명스러운 투였으나 이 역시 그의 특성으로 이해한 샤를로테는 일단 이상 무! 라고 판단 내렸다. 게다가 샤를로테도 비유적 의미에서 벼락처럼 나타난 락스타는 되고 싶었어도 난데없이 벼락'맞은' 락스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이렇게 붙어있는 상태라면 더욱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니 조심하는 게 상식적인 행동이겠지. 아, 이쯤에서 제이와 샤를로테가 어떤 식으로 엉켜있는지 최대한 설명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서랍처럼 작은 공간에 먼저 J가 들어가 공간의 아랫부분을 받치듯이 들어가 있고, 그 위에 정리 정돈되지 않은 물건처럼 샤를로테를 대충 엎어 닫아 둔 느낌이라면 설명이 될까? 게다가 샤를의 다리 한쪽은 제이의 팔 아래에 끼어있고, 한쪽은 무릎 꿇듯 굽혀진 채였다. 말이 얹어져 있다지, 샤를로테는 J를 깔아뭉개고 앉아 있는 것에 가까웠다. 비록 앉아 있는 사람도 편안함이라곤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채였지만. 그리고 그의 뒤로는 제이의 다리가 작은 공간에 항의하듯 구겨져 있고, J의 등은 벽면을 따라 미끄러지다 만 모양. 어디 쥐라도 나지 않는 게 용한 자세다. 만약 샤를이 아래쪽에 있었더라면 조금 더 편안했을까? 적어도 샤를은 그랬을 테지만, J는 아무래도 상자의 사이즈와는 크게 어긋난 것 같았다. 결론을 내리자면 상자는 샤를로테의 사이즈에 맞춰져 있고, 예상 밖의 인물이 함께 갇힌 것으로 보였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니 '실례지만, 재수가 없었던 모양이에요.' 하고 제 입으로 자수할 생각은 없었다. 샤를로테는 어디 한 곳에 쥐가 나기 전에 간신히 한 마디를 꺼낸다.

불편해서 그런데 좀 움직일게요.
마음대로 하세요.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자리를 확보하더라도 움직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움직이기 전의 샤를로테 역시 그것을 예상했으나, 세상일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법이었다. 좋게 말하면 J의 배 위에 앉아 있던 그가 어떻게든 안정적인 자세를 찾아내려 노력하자 여러 의미로 접촉면이 늘어났던 것이다. 늘어나기만 했으면 곤혹스러움이 덜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신체적 특성상 곤혹스럽지 아니할 수가 없던 것이다. 한참 고문당하던 J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려 입을 연다.

샤를로테.
네? 앗, 따가워. 능력 쓰셨어요?
썼겠습니까?
썼을 수도… 있으니까요!
안 썼습니다.

황당한 질문과 답변에 엄습하는 두통은 덤이다. 먼저 용건을 말하려던 J는 그 바람에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상대가 어떤 기분인지, 얼마나 머리가 아픈지는 샤를로테에게는 고려되지 못한 것처럼 샤를은 아직도 꾸무럭대고 있었다. 깔린 사람은 아주 미칠 노릇인데! 물론 이 역시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면 일이겠지만 지금은 정말, 정말,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사회적 체면에 관한 문제였다.

그만 움직이면 안 됩니까?
뭘요?
손 말입니다. 손!
그럼 손을 어디다가 둬요?
공손하게 모으던가!
어디다가요? J 씨 가슴에요?

허, 하고 황당하다는 듯 짧은 숨소리를 낸 J가 물었다. 당신 혹시 변탭니까?


자신을 향한 루머에 발끈한 샤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항의를 답으로 내놓았다.


그럼 가슴을 가슴이라고 하지 뭐라고 해요? 제가 지금 이상한 의도를 가지고 가슴이라고 말한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 제가 변태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대답하겠어요.

J는 상대의 열띤 항의에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 분명했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말을 말자.' 혹은 '말이나 못 하면.'이라고 쓰인 얼굴이었다. 한편, 엄청나게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자세를 바꾸는 것에 열중한 샤를로테는 상대의 표정 같은 것은 보지 못한 것처럼 다른 말을 꺼냈다.

근데 저 허리가 진짜 부서질 것 같아요. 솔직히 앉아 있는 자세가 좀 그렇잖아요. 천장을 떠받친 아틀란티스도 아니고요. 물론 아래 깔려 계시는 J 씨도 만만찮게 힘드시겠지만, 무게를 좀 분산하면 낫지 않을까요? 제가 J 씨 위로 완전히 엎드리면…

이 인간이 뭐라는 거지? 만약 제삼자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면, 적어도 J만이라도 지켜보고 있었더라면 인간의 얼굴로 표현할 수 있는 황당함 50가지에 대한 논문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J는 표정만으로 가지각색의 황당함, 어이없음, 혹은 그와 엇비슷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던 터다.

샤를로테. 제발 그러지 마시죠.
왜요? 저희가 무슨 사이도 아니고 그냥 직장 동료일 뿐인데 뭐 어때요. 따지자면 임무 중 감금당한 것뿐인데 무슨 일이 난다고요. J 씨도 그런 분이 아니고요. 그쵸?
그래서 안된다는 겁니다. 외간 남자랑 이러고 있어도 됩니까? 당신은?
아, 저 애인 없어요.
그게 문젭니까, 지금?
그런 이야기가 아녜요? 어, 혹시 J 씨는 애인 있어요?

대체 왜 이런 상황에 그런 걸 묻는 거냐는, 아주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얼굴로 제이는 '있을 것 같아 보입니까? 없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샤를로테는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개운한 얼굴로 그럼 됐네요!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말하는 것이다. 대답해 놓고도 상대의 사고체계를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으나 그것이 더욱 공고해진 것뿐이다.

근본적으로 따져보면 이건 산재겠죠? J 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누가 보면 제가 당신을 덮친 줄 알겠어요. 저는 다만 허리가! 너무! 아파서! 좀 기대겠다고요! 저도 직장 동료의 하체에 이렇게 오랫동안 신세 질 일이 생길 줄 몰랐거든요!
당신은 대체 무슨 말을 그런 식으로 하는 겁니까?

J는 요상한 서술에 남은 한 손으로 마른세수했다. 아마 양손이 비어 있었다면 양손으로 했겠지만, 한쪽은 샤를로테와 벽 사이 어딘가에 걸려있어 그러기 쉽지 않았다.

제가 틀린 말 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요.
알았어요. 그럼 조금만 숙일게요.
그러시던가…
고마워요. 그나저나 좁아서 그런지 산소가 좀 부족한 것 같지 않아요? 덥고.
그러니까 가만히 있으시라고요. 좀.
가만히 있잖아요. 여기서 더 가만히 있으면 분위기 이상해질까봐 그래요.

J는 입을 좀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고, 그러자 놀랍게도 샤를로테가 보란 듯이 입을 다물고 한참 침묵했다. '그' 샤를로테가 한 공간에 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침묵 속, 다른 박자로 뛰는 심장박동과 숨소리만이 귓가를 간질였다. J도 사람인 만큼 여러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었고 샤를로테는 원래 그런 것인지 박동이 조금 빨랐다. 가까이 붙어있기 때문인지 닿은 부분이 따끈하게 달아오르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침묵 속에서는 유난하게 느껴졌다. 묘하다면 묘한 분위기 속에서 결국 샤를로테가 한마디를 꺼내 들었다.

저기… 저 진짜 아무 말도 하지 마요?
네.

샤를로테는 드디어 그나마 편안한 위치를 찾은 듯이 잠시 조용해졌다. J의 품에 안긴 듯한 모양새였으나 그 역시 더는 (여러 의미로) 자극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되었는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아마 이쯤 되니 그도 많은 것을 포기해 버린 것일 테다. 오직 사회적 체면만을 지키는 일에 힘쓰기로 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평화는 샤를로테가 재앙의 주둥이… 아가리… 뭐 그런 것을 열기 전까지만 유지되었다. 그는 J의 가슴팍에 엎어진 채 턱을 기댄 채로 우물거리며 말했다.

침묵이 지겨워지면 말하세요.
됐습니다.
그럼 계속 이렇게 있을까요?
구조를 기다리죠.
그동안 끝말잇기라도 할까요?
샤를.
네?
됐습니다… 이제 움직이지나 마시죠.

목이 아픈지 다시 가슴팍에 고개를 박은 샤를로테는 또 한참(이건 샤를로테만의 의견이다.) 말을 아끼다가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어지간히 심심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말한 대로 그들 사이에 감도는 묘한 분위기를 견디기 싫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혹시 안겨있기 좋다는 말 들어봤어요?
지금 뭐라는… 아뇨.
그럼 제가 할게요. 안겨있기 편안하고 좋네요. 오해하진 마세요. 수작질이 아닌 칭찬이니까.
보통 그런 걸 수작질이라고 하죠.

J의 눈이 가늘어지고, 샤를로테를 의심하듯 흘겼다. 실상 품에 안기다시피 한 상대를 제대로 바라볼 방법은 없으니 대강 그런 시늉이었던 셈이다.

아닌데요.
아까부터 제 몸을 노리시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착각입니까?
헐. 아니거든요. 진짜 노리는 게 뭔지 보여줘요?

샤를로테는 짐짓 위협하듯 상체를 들고 상대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여기서 똑바로는 그나마 마주 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숨결이 닿을 정도의 거리만을 남겨둔 상태가 되었다는 말과 같다. 그는 입술이라도 부딪힐 것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작게 속삭였다.

…키스는 해봤어요?

그 질문을 들은 상대방은 공간만 충분했더라면 샤를을 밀쳐버렸을 것이다. 아니, 치한을 보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조차 여의찮으니, 무언가를 꾹 참듯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성희롱으로 신고할 겁니다.
그럼 저도 신고해야 하는데.

그러더니 어쩔 수 없이 붙어있는 신체를 상기시키듯이 다시 가슴팍에 고개나 떨구는 것이다. 이 인간이 정말 미쳤나? J는 말을 아끼려고 애썼다. 여기서 샤를로테에게 먹이를 주면 안 된다. 말할 거리가 없어도 어떻게든 화제를 물고 오는 재주가 있는데, 부러 이야깃거리를 줄 필요가 있을까? 그러지 않아도 곤란해 죽을 것 같았다. J는 샤를로테와 있으면 두통이 만성이 되어간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정말이지 폭풍처럼 와르르 쏟아지는 사람 아닌가? 그런 사람 앞에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노동이었다. 그리고 그는 무급으로 노동하고 싶지 않았다는, 그런 논리였다. 한참 고개 숙이고 숨만 쉬던 샤를이 갑자기, 아, 알았다! 하고 고개를 쳐들고 천장에 머리를 박은 건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고로, 일이 일어난 동시에 샤를은 악,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J의 고막이 어떤 상태가 되었을지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자. 인상을 쓰고 이명을 견디던 J가 샤를로테에게 질문을 던진 것은 조금 지난 뒤의 일이다.

대체 뭡니까?
네?
뭔데 그런 거냐고요.
J 씨가 향수를 뿌린다고 생각했거든요. 물어보면…
변탭니까?
그럴까봐 안 물어봤어요.
하… 알면 묻지 마시죠.
하여간요. 그걸 알았다고요. 남성용 스킨 향기였어요.
어쩐지 조용하더라니. 계속 그랬다면 더 좋았을 겁니다.
섭섭하게! 정답을 맞혔으니, 칭찬이나 해주시죠.
싫습니다.
왜요? 뒤통수도 박았는데.
아주 잘하는 짓입니다.

그렇게 딱 붙어서 투닥대던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그들이 출동 이후 사라졌으며, 실랑이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부터, 엑시움이 허술해 보여도 이런 상황에 직원들을 방치하지는 않는다는 자랑스러운 사실까지 몽땅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 졍신교란은 모두 샤를로테가 자초하긴 했지만 그 역시 이런 상황에 상황에 부닥쳤으니, 참작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상대가 아니라면 아니겠지만… 뒤를 이은 질문은 확실히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샤를로테도 자신이 심했다는 것은 인정하나, 이 대화는 오로지 상대의 사회적 체면을 위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또 뭡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려거든 조용히 있으시죠.
좀 눈치 없게 느껴질 수 있어요.
언제는 있었습니까?
사람이 경고를 해도! 이건 정말, 정말 걱정되어서 하는 이야기거든요.

나름대로 그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고수하기 위해 애를 썼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면 안타까운 일이게지만, 발화자는 그러기 위해서 애를 썼다고, 정말 그랬다고 무고를 주장하는 입장으로… 문제 발언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혹시 섰어요?

주어가 생략된 질문은 누구에게나 의문을 가져왔을 테고, J 역시 다르지 않았으나… 생략된 부분을 이해하자 금세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그는 애꿎은 주먹만 꾹 쥐었다. 공간이 충분했더라면 꿀밤을 때렸을 것이 분명했다. 이 순간 샤를로테는 자그마한 장소에 감사해야만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상대와 구겨져 있는 상태에서 그런 질문은 절대 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에게는 나름대로 배려심? 깊은 이유가 있었다. 본인의 주장은 그렇다. 꿀밤을 봉인 당한 상대는 능력을 활용해 따끔한 전기로 상대를 벌하기로 했다. 신화에 나오는 신처럼 벼락을 꽝꽝 내리지는 못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러나 배은망덕한 샤를로테는 아픔을 호소했다.

악! 이번에는 능력 쓴 거 맞죠? 아프잖아요!
당신 미친 겁니까???
들어보세요! 이 상황에서 구조 되면 J 씨의 사회적 체면이 위험하니까 제가 상황을 파악한 뒤 보호해 드리려고…!
됐다니까요!! 당신이 신경 쓸 게 아니잖습니까!

폭탄 발언을 가지고 한참 투닥거리던 그들은 자정이 되기 전 무사히 구조되었다. 그들이 갇힌 공간은 부둣가의 한 컨테이너에서 발견되었다. 시끄럽게 말씨름 하던 것이 누군가의 귀에 들어갔고, 엑시움은 발 빠르게 구조에 나섰다. 실상 체면과 시간 말고는 피해가 전무했다. 그러나 전무후무한 사건이었으므로 이후 둘은 각자 보고를 위해 바쁘게 불려 다녀야 했다.

그리고 3일 뒤. 대략적인 보고가 마무리된 시점의 샤를로테에게 '평범한' 접근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10m 이상 떨어지시죠.

명령의 출처는 직장 동료였으므로 법적 효력은 없었다.

왜요?
몰라서 묻습니까?

법적 효력은 없지만 직장 동료의 경멸은 진짜였다. 샤를로테는 지금껏 이런 취급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누가 나를 이런 식으로 보겠어! 너무해! 이건 모두 오해라고!' 생각했으나 말하면 전기에 지져진 락스타가, 아니 엑시움이 탄생하게 되겠지. 게다가 그런 논리로 무시하고 가까이 다가가기라도 하면 곧 사내 성희롱으로 신고당할 것 같았다. 샤를로테는 그래도 '엑시움'이었고 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10m 밖에서 설득해 보면 어떨까? 그는 퇴근하는 동료의 멀찍이서 능력을 사용했다. 상대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저 진짜 가까이 가지 마요?
네.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예. 저리 가십쇼.
저는 J 씨의 사회적 체면을 위해 애썼다고요!
그게요?
나름대로 그때에는요.
예, 그렇게 거기 계십쇼.

J가 한 걸음 걸어가면 샤를로테는 두 걸음 걸어갔다가 눈치를 보며 다시 멀어졌다. 그리고 한걸음 뒤돌아 걸어가면 다시 세 걸음 붙었다가 돌아보는 기색이라도 보이면 네 걸음 물러서는 식이었다.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얼마나 했을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더니, 결국 지긋지긋해진 J는 한숨을 푹 쉬며 멈춰 섰다.

2m까진 봐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아싸! 같은 유치한 추임새를 넣으며 신나게 달려온 샤를로테가 2m, 정확히는 은근슬쩍 1.7m의 거리를 유지한 채 덧붙였다.

언젠가 화해해요.
...뭐. 봐서요.
좋다는 걸로 알게요. 

다행스럽게도 평화로운 지금은 21세기, 능력자와 비 능력자가 함께 살아가는 시대. 능력자와 비 능력자도 섞여 살 수 있으니, 능력자와 능력자도 화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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