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mitcrab's Blank Pages
카렌 편지 쓰려고 했는데 본문
친애하는 동지들과 선배들에게.
누군가는 패배해야만 하는 전장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던 기억이 까마득합니다.
까마득하면서도 어제 있던 일처럼, 혹은 당장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마주해야 할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잘 지내시나요, 잘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급한 일을 정리한 후에 나름대로 마음을 정리하는 편지를 쓰는 카렌... 이런 글을 쓰려고 했는데 세계관 고증이나 애들 타임라인 생각하니까 갑자기 어떻게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내버려뒀어요. 끝난 이야기 뒤에는 무엇을 써야 할지 항상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쓰려다가 내버려두는 일이 많아요. 어쨌든 이후는 제가 쓰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지만…. 그렇지만 지금 쓰는 이야기의 일부가 누군가의 세상을 망치면 어떡해!
쓰고 있다는 건 그냥 쓰겠다는 뜻입니다. 평행세계겠죠…. 이곳은 그런 곳입니다.
결론적으로 당신들이 어디에 있고 어떤 길을 선택했고 무슨 소문이 들려오더라도 한때 함께 같은 길을 걸어왔던 당신들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담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카라얀에게 받은 노트를 채워나가면서도 본인에게 이럴 자격이 있는지 오래 생각했을 것이고, 은연중에 자신이 비겁한 도망자(내지는 그 엇비슷한 무언가)라고 생각해 왔던 것도 어떻게 해결을 봤을 것. 이미 한번 부러졌고 다시 그걸 수복하기 위해서 카렌 나름대로 어떻게... 뭘 했겠죠?
분명한 실패를 겪었고 여러 번의 실수를 저질렀지만 어쨌든 무언가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그 과정에 함께 있어 준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제는 곁에 있지 않게 된 사람들을 떠올리는 일이 당연하겠죠. 그러다 보면 편지를 쓰고 싶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러닝 때부터 생각했지만 카렌이 '애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대부분은 걱정과 염려니까요.
애초에 그 뭐랄까... 사람에게 관심이 있다거나 범인류적인 애정을 품는 사람은 아니기도 하니 걱정을 하거나 염려를 보내게 되는 사람들은 당연스럽게도 울타리 안의 사람들이죠.
한때는 같은 길을 걸었으나 이제는 어디로 갔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 한때. 그리고 그런 시기를 함께 보낸 사람들... 어떻게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남부를 그리워하는 일과 동일한게 당연하죠!
카렌이 그리워하는 남부는 평화로웠던 유년을 상징하고, 친구들 역시 그런 의미니까요.
다시는 올 수 없는 시간을 사랑했으면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죠.
물론, 현재에도 사랑하는 것들을 잔뜩 만들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요.
그래도 지나간 시간과 같은 시간은 오지 않을 테니까. 이 순간은 오로지 지금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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